Issue 122, Nov 2016
헬렌 마틴
Helen Marten
물질의 집합소, 연합된 의미
“헬렌이 될 것 같죠? 혼자 너무 핫 하네.” 지난달 중순, ‘터너 상(Turner Prize) 2016’이 선보이는 테이트 브리튼(Tate Britain)에서 마주친 국내 인사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. 멀리 이국에서 예고도 없이 만났는데, 형식적 인사도 생략하고 이 말을 던진 것이다. 그의 말투는 상기돼 있었고, 정말 ‘헬렌’이란 작가에게 푹 빠진 모양이었다. 전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선입견이 생겼다. ‘이런, 가능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객관적으로 작가들을 살펴야겠다!’ 분방한 영국 매체들은 특정 작가를 응원하는데 망설임이 없는 듯 했다. 딱 네 명의 작가인데 유독 한 작가의 작품을 지면에 큼직하게 배치한다거나 관람객의 리뷰 또한 한 방향으로 모는 걸 보면 말이다. 그런 매체 또한 수상 후보 중 가장 젊은 헬렌 마틴(Helen Marten)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.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영국 현대미술의 큰 줄기인 ‘터너 상’에 노미네이트된 동시에 하나의 브랜드로 미학적 파워를 지닌 서펜타인 갤러리(Serpentine Gallery)에서 개인전을 치르고 있는 장본인이기 때문이다.
● 정일주 편집장 ● 사진 서펜타인 갤러리 제공
'The Footsie Erosion' 2016 Courtesy of the artist, Sadie Coles HQ, London; Greene Naftali, New York; König Galerie, Berlin; and T293, Rome